30년 전 도난 당한 불화, 곰팡이 가득한 창고에서 발견…범인은 박물관장

입력 2023-12-14 08:56   수정 2023-12-14 08:57



도난당한 불교문화재를 수십년간 열악한 환경의 창고에 보관한 혐의로 전직 사립박물관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82)씨에게 최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01년 7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무허가 주택(창고)에 일반동산문화재인 불화 4점을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일반동산문화재는 제작된 지 50년 이상 지났으며 상태가 양호하고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 중 희소성이나 명확성, 특이성, 시대성이 있다고 판단된 것을 의미한다. A씨가 은닉한 작품 중엔 1993년 대구 달성군 유가사 대웅전에서 도난당해 2009년 도난 문화재로 등록된 '영산회상도'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작품이 발견된 창고는 습기나 온도 조절 장치 등이 없었다. 경찰이 수색했을 땐 사방에서 곰팡이가 발견됐고, 먼지도 쌓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들은 모두 화기(불화 가장자리에 조성 시기, 봉안 장소, 화공의 이름 등을 기재한 부분)가 훼손된 상태였다. A씨는 이를 신문지나 비닐이나 신문지 등으로 포장해 보관해 왔다.

A씨는 1990년대 이들 작품을 판매한 고미술상이 도난 문화재라는 사실을 숨겨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대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불교문화재를 수집해 1993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 종로구에서 사립박물관을 운영했다는 점에서 "학력과 경력상 그 누구보다 불교문화재 전반에 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고 있으므로, 각 불화의 상태를 보고 도난 문화재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을 것임에도 '도난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변명했다"고 질책했다.

다만 "박물관을 운영하며 불교문화 대중화에 기여했고 고령인 점, 이들 불화를 보관하기 시작한 시점엔 일반동산문화재 은닉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앞서 비슷한 범행으로 이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3차례나 선고받은 이력이 있다.

A씨는 2009년부터 2014년 성남시의 한 건물 지하에 불교미술품 16점과 지석 315점을 은닉한 혐의, 2001년부터 2015년 종로구 창고에 불교문화재 39점을 은닉한 혐의, 2001년부터 2015년 같은 창고에 다른 불교문화재 34점을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받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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